한평용(경영학 박사. 목요포럼위원장) |
얼마 있으면 우리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다. 추석은 글자대로 해석하면 ‘가을 저녁’이 아닌가. 신라 때부터 유래 해 온 ‘추석’을 한가위 혹은 중추절이라고 부른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하는 것은 추석절기에 햇곡이 나오고 사람들의 마음이 넉넉하기 때문이리라. 사람들은 넉넉하면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사는 것이 행복하다. 그래서 이런 말이 생겨난 것 같다.
밝은 달은 억겁을 두고 인간세계를 밝혀주고 있다. 우리 민족은 태양 보다는 달 문화권이라고 한다. 농사일도 음력 절기에 따라 했다. 보름달이 뜨는 날을 모두 명절을 삼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 주선 이태백이 아닌가 싶다. 필자처럼 술을 사랑하여(?) 자작하면서도 혼자가 아니었다. 하늘에서 밝게 비추는 달, 그리고 달 그림자를 벗으로 삼았으니 세 명이 술을 먹는 셈이다.
자료를 찾아보니 이태백 선생은 매일 술을 마시고 귀가하여 부인이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친구들이나 동네 아이 등에 업혀 곤드레가 되어 귀가했다니 부인이 얼마나 짜증났을까. 온 동네 술집마다 외상을 깔아 놓았다는 일화도 전한다. 불행하게도 이태백은 아름다운 동정호에 비친 달을 잡으로 뛰어들어 천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오지 못하고 있다.
자료를 찾아보니 달에 대해 시를 쓴 시인 가운데 구양수(歐陽脩; 1007~1072)라는 분이 유명했다고 한다. 이분은 중국 송나라 때 시인이다.
그가 지은 글 가운데 ‘추성부(秋聲賦)’ 라는 게 있다. 유명 화가들이 이 풍모를 화폭에 담았으며 대전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선배 서예가들도 글을 썼다.
‘가을밤의 바람 소리가 어디에서 나는지 아이에게 물었다. 아이는 ‘별과 달이 맑게 빛나고, 은하수가 하늘에 있어서, 사방에 인기척은 없는데, 소리는 나무 사이에서 납니다(星月皎潔 明河在天 四無人聲 聲在樹間)’하고 대답했다‘
아 얼마나 멋진 글이며 정경인가. 시인은 달빛 아래 들리는 가을 소리마저 사랑했다.
우리민족이 고래로 사랑했던 노래가 달타령이다. 가수 김부자가 불러 유행했던 가요 달타령을 필자도 좋아한다. 작사가가 누군지 알 수 없지만 일 년 열두 달 의미를 흥미롭게 붙였다. 이제는 이 가요도 명곡으로 회자되고 있다.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 정월에 뜨는 저 달은 새 희망을 주는 달 / 이월에 뜨는 저 달은 동동주를 먹는 달 / 삼월에 뜨는 달은 처녀 가슴을 태우는 달 .....팔월에 뜨는 달은 강강수월래 뛰는 달 / 구월에 뜨는 저 달은 풍년가를 부르는 달 / 시월에 뜨는 저 달은 문풍지를 바르는 달 / 십일월에 뜨는 달은 동지죽을 먹는 달 / 십이월에 뜨는 달은 임 그리워 뜨는 달..’
대전 근교 농촌 들판에도 벼 이삭이 노랗게 올라오고 있다. 올해도 더 이상의 태풍만 없으면 대풍년이다. 이런 대풍에도 모두 즐겁고 기쁜 것은 아닌 모양이다. 지역경제는 어렵고 중소기업들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더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풍요로운 추석이 아닌 모양이다.
북한 김정은 러시아를 방문, 무기를 수출한다고 한다. 국제 사회 긴장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여야는 극한 대립으로 민생에 대한 논의를 생각지 않는다. 교단에서는 선생님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교권을 세워달라고 외치고 있다. 올 추석, 밝은 달에게 제발 나라부터 안정시켜 달라고 빌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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