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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 격려한 ‘5사회’ 정의

기사승인 2024.09.20  11:4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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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평용(경영학 박사. 지산바이오(주)회장)

고희란 나이 70세를 가리킨 말이다. ‘인생칠십고래희’라는 말에서 나왔으니 옛 날에는 사람이 70세를 산다는 것이 매우 희귀했던 것이다. 고관대작이 나이 70세 기로소에 들어가면 매일 임금은 주식을 하사했다. 생신에는 귀한 담비가죽을 선물로 내렸고, 공신들이 생신을 맞으면 장안의 이름 있는 기생들을 보내 헌가하기도 했다.

옛날 당나라 시인두보는 시의 성인이라는 호칭을 받는다. 술을 좋아했던 이백과는 친구사이로 30대 중반 같이 만날 때는 밤을 새워 술을 마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두보의 시 가운데 ‘인생칠십고래희’ 시구가 있는 시 하나를 찾았다. 바로 ‘곡강’이라는 시다. 해석 된 시를 보니 아름답기도 하고 풍류가 넘친다. 이래서 현대에도 두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봄 옷을 저당 잡혀 / 매일같이 곡강에서 만취하여 돌아온다 / 몇 푼 안 되는 술빚은 가는 곳마다 있기 마련이지만 / 인생 칠십 살기는 예부터 드문 일이라네 / 꽃 사이를 맴도는 호랑나비는 보일 듯 말듯하고 / 강물 위를 스치는 물잠자리는 유유히 나는 구나 / 봄 경치여. 우리 모두 어울려 / 잠시 서로 어긋남 없이 상춘(賞春)의 기쁨 나눠보세’

이백은 매일 외상술을 많이 먹고 부부 사이가 안 좋았다는 얘기는 읽었지만 두보도 입고 있는 옷을 저당 잡혀 가며 애주했다고 하니 이들이 얼마나 술을 좋아했는가를 짐작 할 수 있겠다. 두보가 이백을 만나 먹다보니 그만 옷가지 까지 잡혔던 것인가. 두보는 이 시에서 고희를 살고 싶어 했으나 50대 중반에 세상을 떠났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는 나이 70을 넘어도 청년처럼 사는 이들이 많다. 90세를 넘긴 인천 모 대학 여총장님은 아직도 50대 초반의 얼굴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다. 100세를 넘긴 원로 학자는 아직도 사자후 같은 칼럼을 쓰고 있다.

시골 동네 경로당에 가면 70세는 애들 취급 받는다, 8~90대 원로들이 노는데 끼워주지 않고 물주전자 심부름이나 한다.

필자도 나이를 잊고 살았는데 벌써 고희란다. 가끔은 내가 언제 이렇게 많이 나이를 먹었나 하는 생각도 든다. 아는 형이 70에다 0.7을 곱하라고 했다. 내 나이가 그럼 아직 49세 밖에 안 된다는 것인가. ‘갑자기 내 나이가 어때서’라는 유행가가 생각난다. ‘고희는 딱 사랑하기 좋은 나이, 인생의 참맛을 아는 나이‘라고 자위하자.

올해 고희를 맞은 5명의 친구들을 5사회 장도희 회장이 초청하여 강릉 바닷가를 다녀왔다. 옛날에도 고희에 관동팔경을 구경하는 것인 일생의 최고 행복이었다. 그러나 속초 고희여행을 아무나 갈수 없었다.

봄날 영산홍이 만발한 강릉 속초 여행길은 즐거웠다. 봄바람 간지러운 저녁 속초 바닷가 싱싱한 생선회와 소주 맛이 이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술이 거나하니 노래가 절로 나와 곡강의 풍류를 완상했던 두보의 경지를 뛰어넘는 것 같았다. 좋은 친구를 만나 입고 있던 옷을 저당 잡혀가며 밤 새 술을 마셨던 이백과 두보. 이들이 소망했던 고희를 꿈꾼 시는 1천3백년이 지난 오늘날 최고의 문학으로 회자된다.

15세 지학(志學), 20세 약관(弱冠), 30세 이립(而立). 40세 불혹(不惑), 50세 지명(知命). 61세 회갑(回甲) 이제 70세 고희(古稀)에 도달한 인생의 후반 길. 앞으로 관문은 77세 희수(喜壽). 80세 팔순(八旬), 88세 미수(米壽). 90세 졸수(卒壽). 99세 백수(白壽)가 남았다. 갑장들의 행복한 일상과 백수 건강을 빌어본다. 

목요언론인클럽 webmaster@mokyoclu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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